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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원심 양형 충분히 고려, 검사 항소 기각”

동물자유연대가 구조 한 머리에 화살을 맞은 길고양이. © 뉴스1 DB
동물자유연대가 구조 한 머리에 화살을 맞은 길고양이. © 뉴스1 DB

(군산=뉴스1) 박슬용 기자 = 길고양이 머리에 살상용 화살을 쏴 눈을 실명하게 한 40대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하나파워볼

전주지법 제3-2형사부(부장판사 고상교)는 동물보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47)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전북 군산시 오룡동 자신의 집 마당에서 사냥용 화살촉을 길고양이 머리에 쏴 부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과 경찰에 따르면 동물자유연대는 ‘군산 길고양이 돌보미’로부터 군산 대학로 일대에서 머리에 못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박힌 채 돌아다니는 고양이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를 받은 동물자유연대는 지난해 7월21일, 고양이를 구조한 뒤 광주에 위치한 광주동물메디컬센터로 이송했다. 당시 고양이는 두부 창상에 왼쪽 눈까지 실명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고양이 머리에 박힌 것은 못이 아니라 화살촉으로 판명됐다.

이 화살촉은 ‘브로드 헤드’라 불리는 것으로, 동물에게 심각한 상해를 입히기 위해 화살촉에 3개의 날이 달려있는 제품이다. 단시간에 과다출혈을 입히는 위험성 때문에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고 있다.

다행히 화살촉이 고양이의 두개골에 부딪히고 살짝 빗겨 나간 덕분에 고양이는 살 수 있었다. 고양이 머리에 박힌 화살촉은 수술을 통해 제거했다. 하지만 감염된 고양이의 왼쪽 눈은 이미 손 쓸 수 없는 상태였다.

외과 수술을 통해 길고양이 두개골에서 분리된 화살촉./뉴스1 DB
외과 수술을 통해 길고양이 두개골에서 분리된 화살촉./뉴스1 DB

동물자유연대는 같은 달 29일 군산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4개월에 걸쳐 인근 대학로 인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는 한편, 화살촉 구매 경로를 추적한 끝에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경찰에서 “고양이를 쫓아내기 위해 그랬다”며 범행을 인정했다. 법정에서도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파워볼실시간

1심 재판부는 “죄질이 좋지 않지만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면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1심의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앞선 재판에서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양형은 피고인에게 유리·불리한 여러 정상들을 충분히 고려해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사가 주장하는 사유들을 모두 고려해 보더라도 원심의 양형이 너무 가벼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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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 페이스북 계정. © 뉴스1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 페이스북 계정. © 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4·15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해 온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대선 불복(Stop the Steal) 집회에 참석했다,

민 전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오늘 집회에 다녀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영상을 트윗했는데 제가 두 군데에 나왔다”고 썼다.파워볼

미국에서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수천명이 백악관 인근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날 집회는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가 공식 확정되는 전국 선거인단 투표(14일)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다.

한편 민 전 의원은 4월 총선에서 인천 연수을에 출마했다 낙선한 이후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 백악관 앞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11·3 미 대선 후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민트동맹’을 결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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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받는 보수정당] ⑤계급고립

「 요즘 정치권에선 단연 윤석열 검찰총장이 화두입니다. 여론조사에 따라 차기 대선후보 1위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꼭 1위가 아니더라도, 어느 여론조사를 막론하고 야권 잠룡들 중엔 가장 많은 지지를 받습니다. ‘윤석열의 부상’은 누가 봐도 문재인 정부의 위기입니다. 그렇지만 제1야당 국민의힘의 위기이기도 합니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검찰총장이 야당의 존재를 지우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지지율은 떨어지는데, 국민의힘 지지율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전국 18세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그 전주보다 2%포인트 낮아졌습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총선 패배 후 지금까지 국민의힘 지지율은 20% 박스권을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보수 성향 유권자들조차 국민의힘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응답자 가운데 스스로 보수 성향이라고 응답한 이들(22.8%) 중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이들은 43%로 과반에 못 미쳤습니다. 한 마디로 ‘윤석열을 택할지언정, 국민의힘은 아니다’란 겁니다. 왜 이렇게 보수야당의 존재감이 희미해진 것일까요. 건전한 정당 정치를 위해선 능력있는 제1야당의 재건이 필수적입니다.

중앙일보는 보수야당이 처한 현실을 ①가치상실 ②세대고립 ③지역고립 ④인재고립 ⑤계급고립의 5개 분야로 나눠 하나씩 짚어봅니다. 이번은 5회 ‘계급고립’ 편입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 지역별 득표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10년 서울시장 선거 지역별 득표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서울 강남 등 일부 부촌에 고립된 건 10여년 됐다. 이같은 양상이 처음 부각된 건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때였다. 당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47.43%)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46.83%)에게 서울 상당수 지역에서 패했지만, 강남 3구에서 몰표를 받고 강동·용산·영등포에서 신승하며 0.6%포인트 차로 간신히 서울시장 자리를 지켰다.

국회의원 선거를 봐도 ‘보수정당 강남 고립’은 2010년 이후 심화했다. 2004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서도 서울에서 16석(열린우리당 32석)을 건졌고, 2008년 40석으로 압승했지만 이후 내리막이었다. 2012년 총선 때 16석, 2016년 12석으로 쪼그라들다 올해 총선 때는 8석, 한 자리 숫자로 주저앉았다.

‘강남정당’ 된 국민의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강남정당’ 된 국민의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16년 총선에선 강서(김성태)·동작(나경원)·강북(정양석)·도봉(김선동) 등에서 의석을 확보했지만, 올해 4월 21대 총선에선 사실상 강남에 완전히 갇혔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이 서울에서 승리한 지역구 8개 가운데 7곳(강남갑·을·병, 서초갑·을, 송파갑·을)이 강남 3구였다. 강북에서는 용산 한 곳이 전부다.

정치평론가인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의힘의 득표 지역을 보면 서민·중산층보다는 상류층·기득권을 대변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누구를 대표하는 정당인지 원점에서부터 돌아볼 시점”이라고 해석했다.

한발 더 나아가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에게 시장경제 옹호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라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확고하게 지켜야 한다”며 “먼저 ‘공정한 경쟁’이라는 정체성을 배경에 깔고, 재벌·기업이 그 가치를 벗어나면 비판할 수 있어야 서민·중도층의 표심을 잡을 수 있다”고 봤다. 공정 경쟁 등 가치 중심으로 당이 움직여야 ‘부자·기득권 vs 서민’ 프레임을 깨면서 ‘운동권·노조 특권층 vs 공정한 시장’ 구도로 전환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103명 현역 중 노동계급 출신 달랑 2명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ILO 핵심협약 비준 준비를 위한 입법공청회에서 진술인으로 참석한 민주노총, 한국노총 관계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ILO 핵심협약 비준 준비를 위한 입법공청회에서 진술인으로 참석한 민주노총, 한국노총 관계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한국 보수정당이 ‘기득권 이미지’를 공고화한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감력 부재’를 꼽는다. 당의 기본 정책인 ’친기업·시장경제‘는 꾸준히 앞세우면서, 약자에 대한 배려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 출신인 한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 집권기, 당 일각에서 노동개혁을 강조하며 ‘쉬운 해고’란 말을 너무 쉽게 썼다. 중산층 이하 유권자가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탄력 근로에 따른 임금 유연화 정도를 언급했어야 했다. 정책 대상에 대한 심리적 배려가 없었던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관료·법조인 위주의 국회의원 인적 구성이 공감력 부재를 불러온 구조적 배경이라는 지적도 많다. 실제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현역 의원 103명의 출신 성분을 보면 관료(29명), 당료·지역정치인(25명)과 법조인(13명) 출신이 절대다수(65%)를 차지했다. 노동자 출신은 2명(박대수·임이자 의원)이 전부로, 기업인(8명) 출신과 비교해도 4분의 1 수준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판·검사, 관료, 기업인만 모인 정당에서 노동자까지 배려하는 정책을 입법할 수 있겠느냐”(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는 말이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 정치인인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했고, 영국 보수당이 공동체적 메시지를 낸다’는 사실을 국민의힘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낡은 보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 실제로 국회의원 중에 기득권이 많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호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 정책을 집권 후에는 실시하지 않아 상당수 서민 계층이 배신감을 느꼈다. 예전에는 반공 프레임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이 보수 정당을 찍어줬지만, 이제는 세대가 바뀌면서 위기가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하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소수의 가진 집단과 그렇지 못한 다수의 일반 국민이 점점 괴리되고 있다. 정치인 입장에선 소수 집단에 아무리 어필을 해도 다수집단의 표를 받지 못하면 집권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성장 만을 외쳐서는 표를 받을 수 없는 사회가 됐다는 걸 국민의힘이 인지를 못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추진 ‘약자와의 동행’도 삐걱

현장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약자와의동행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현장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약자와의동행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5월 취임 직후 기득권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며 ‘약자와의 동행’을 당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그동안 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정당들은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당이었다. 기득권을 타파하지 않으면 집권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였다. 국민의힘이 처한 계급고립 현상을 타파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이마저도 삐걱거린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노동자들을 국회로 불러 간담회를 하거나 파업농성 현장을 찾는 등의 제스쳐는 몇 차례 있었지만, 실제 정책적으로 구체화하지 않고 있어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대표적 사례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10일 중대재해법과 관련,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를 초청해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당 지도부에서도 “산업 안전은 정파 간에 대립할 문제가 아니다”(김종인 비대위원장)거나 “너무 늦었다. 판사 시절 산재 사건에 대해 문제의식을 많이 갖고 있었고 국회 환노위에서도 이런 문제를 주장했는데 입법까지 연결하지 못해 아쉬운 점이 많았다”(주호영 원내대표)며 협력할 뜻을 내비쳤지만, 성과는 없었다. 중대재해발생시 원청업체 사업주에게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등 형사처벌을 더 강화하면 기업 활동이 원천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아서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인권·안전 등의 분야에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은 충족하려고 노력해야 전근대적 친기업주의 정당 이미지를 벗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도 “한국 보수정당, 특히 국민의힘 주류에는 자유주의적 토대가 약하다 보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며 “시장경제를 옹호하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위하고, 시장의 건강한 질서를 강조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김웅 “국민의힘, 실력 보여줘야 적폐 프레임 벗는다”

「 김웅 국민의힘 의원(서울 송파갑)은 1970년생으로 당내 대표적 소장파 초선 의원이다. 김 의원이 중앙일보의 ‘외면받는 보수정당’ 기획에 공감을 표하며 기고문을 보내왔다. 아래는 기고 전문.

김웅 국민의힘 의원. 김경록 기자
김웅 국민의힘 의원. 김경록 기자


1945년 총선을 앞둔 영국 보수당은 자신만만했다. 2차 세계대전을 승전으로 이끈 처칠 수상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았기 때문이다. 그가 가는 곳마다 위대한 영웅을 보기 위한 군중이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지지율은 80%에 육박했다. 총선 결과는 보나 마나 보수당의 압승으로 끝날 것 같았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뜻밖이었다. 노동당이 절대다수인 393석을 석권하였다. 보수당은 불과 213명만이 당선되었다. 바로 ‘보수당 대학살(conservative Massacre)’이라고 불리는 1945년 총선이다.

눈에 보이는 지지율이 투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정치계의 속설이 고스란히 드러난 선거였다. 결국, 지지율이 높아서 선거에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 승리하면 지지율은 오르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영국 보수당은 처칠을 들고서도 왜 패배했을까? 그것은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보수당은 노동당과 전시연립내각을 구성했다. 이때 보수당은 빛이 나는 대외 분야와 전쟁 수행 분야를 담당했고, 국내 민생 문제는 노동당에 맡겼다. 그로 인해 노동당은 주택, 보건, 공적부조 등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정확히 읽을 수 있었다.

총선에서 노동당은 경제, 사회, 복지 정책을 제시했고, 보수당은 민생과 노동에 무관심했다. 이미 1942년 12월 비버리지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후생과 복지, 노동 문제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던 시기였다. 그런데도 보수당은 전쟁 영웅의 지지율에만 취해 있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면 삶이 찾아온다. 영국 국민은 그 삶을 책임져줄 수 있는 정당을 선택했다.

패배 이후 보수당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국민의 인식이었다. ‘보수당은 사회개혁, 복지정책에 무관심하다’, ‘보수당은 우리 같은 서민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

이런 부정적인 선입견을 깨기 위해 보수당은 확실하게 변했다. 청년당원을 모집하고 조직을 정비하며 기금을 모집하였다. 당내 후보 선출 방식도 바꿨다. 선거비용을 후보가 아닌 지역당이 부담하면서 부자가 아닌 청년들도 보수당의 후보가 될 수 있었다.
국민의 생활을 책임지기 위한 정책과 공약들이 개발되었다. 연간 주택 30만 호 건설 계획, 식품 및 연료 공급 계획 등이 적극적인 노동친화 정책들과 함께 제시되었다.

그 결과 보수당은 1951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승리 이후에도 보수당 내각은 변화에 대한 약속을 지켰다. 사회적 조화를 중시했고 노동과 복지에 힘을 기울였다.

영국 보수당의 실용성과 유연성은 지금 국민의힘에 가장 필요한 해법이다.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공정경제3법과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노동법 개정에 앞장서고 있다. 소외와 싸우기 위해 약자 그리고 호남과의 동행도 선언했다.

물론 이러한 활동들이 바로 지지율의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관성의 법칙은 물리적인 세계뿐 아니라 현실 정치에도 존재한다. 따라서 지지율에 일희일비하는 것보다 시대의 변화에 대한 인식과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 국민의힘이 앞으로 갈 길은 더욱 멀다. 청년과 소외 계층의 정치인을 육성하고 그들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실질적 자유의 확장을 위해 노동과 복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삶을 더 낫게 해주는 정당이라는 실력을 보여줘야 적폐라는 프레임을 돌파할 수 있다. 따라서 지지율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대와 변화에 대한 인식과 적응력이다. 시대의 변화는 지지율보다 은밀하게 찾아오나 그보다 훨씬 파괴적이다.

한영익·윤정민·정진우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hanyi@joongang.co.kr

조사 불응률 갈수록 증가
표본가구 선정된 집만 방문.. 변경 불가
인기척 있어도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
최소 3차례 만나 ‘응해달라’ 설득해야
못 만나면 불응가구 처리할 수도 없어
가계동향 불응률 2019년 36%.. 10년새 2배↑
조사관 69% ‘감정조절’ 부문 위험수준
콜센터·병원 등 근로자보다 훨씬 높아
“조직 감시 심하고, 보호도 못 받아” 지적

지난달 24일 황모(53·여) 통계조사관이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주택가를 걷고 있고 있다. 이재문 기자
지난달 24일 황모(53·여) 통계조사관이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주택가를 걷고 있고 있다. 이재문 기자

“예민하고 거칠고 신경질적인 사람들. 조사업무에 대한 의욕 상실, 통계 응답자였던 시절 밤새 최선을 다해 응답해주었던 나의 모습과 농가 아버님들의 비협조적 태도 사이의 괴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 목표의 상실, 사람에 대한 두려움, 눈앞의 컴컴함… 이것들이 내 괴로움의 이름들이다.” (통계청, 『2018년 통계조사 현장체험 사례집』 중에서)

2층에서 3층으로, 3층에서 4층으로 컴컴한 다주택건물 계단에 차례로 불이 켜졌다가 꺼졌다. 창밖으로 황모(53·여) 통계조사관의 얼굴이 잠깐 비쳤다가 이내 사라지길 반복했다. 다시 4층에서 1층까지 불이 켜졌다가 꺼졌다. 이날도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위해 만나기로 했던 조사대상 가구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황 조사관은 컴컴한 건물 귀퉁이를 돌아 도시가스 배관을 살폈다. 최근 누군가 새로 이사 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가스밸브가 세로가 되면 문을 두드리고, 방문표를 걸고, 조사에 응해달라는 손편지를 남길 수 있어서다. 가스밸브는 이날도 굳게 잠겨 있었다.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강화조치가 시작된 지난달 24일 저녁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주택가에서 황 조사관을 만났다. 이날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를 기록했다. 종종 빈집에 불이 켜질 때까지 ‘잠복근무’를 하는 커피숍은 거리두기 강화조치로 들어갈 수 없었다. 황 조사관은 하릴없이 주택가를 서성거리다가 한 시간쯤 지나서 다시 주택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왔다. 황 조사관은 “내일은 제 손편지를 보고 조사해주겠다고 전화해주면 좋겠다. 내일 다시 와야죠. 내일은 문이 열리겠지요?”라며 웃었다.통계조사관의 업무는 서성이고, 기다리고, 설득하는 것부터다.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집을 찾아 ‘통계청에서 나왔다’고, ‘당신이 사는 집이 표본가구로 선정됐다’는 그리 반갑지 않은 소식을 전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조사 대상자를 만나야 하는데 문이 안 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분명 사람이 들어가는 걸 봤는데도 문을 안 열어주면 마음도 무너져 내린다.

통계조사 불응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고용, 소득 등 사회부문 조사의 핵심인 ‘경제활동인구조사’, ‘가계동향조사’의 불응률이 높다. 그러니 통계조사관들이 가장 기피하는 부서도 사회조사과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매달 취업자, 실업자 수 등을 집계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불응률은 2010년 5.2%에서 2020년 6월 기준 11.1%로 2배 넘게 상승했다. 통계청이 선정한 일부 표본가구의 조사를 토대로 전체 가구로 확대 추정해 통계해석을 하기 때문에 1%의 불응률은 그보다 더 큰 오차로 이어진다. 두 자릿수 불응률은 위험신호다.

가계의 소득이나 지출을 조사해 소득 불평등 추이 등을 담아내는 가계동향조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10년 18.6%이던 조사 불응률이 지난해 통계를 개편하면서 36.2%까지 치솟았다. 고소득층 응답률이 낮아 제대로 된 통계 작성이 어렵다며 폐기까지 검토됐던 가계동향조사가 부활과 개편을 거치면서 불응률이 되레 급등했다.

높은 불응률은 통계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고스란히 통계조사관들의 고통으로 전가된다.

통계시스템에 따라 표본가구가 정해지기 때문에 불응가구를 다른 가구로 대체하기도 어렵다. 조사 대상자를 최소 세 차례 직접 만나서 조사에 응해달라고 설득을 하고 그래도 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받아야 ‘불응가구’ 처리를 할 수 있다. 만나지 못하면 설득 횟수에 포함도 안 된다.조사 대상자를 설득하고, 조사를 해나가는 과정도 쉽지 않다.

세계일보는 통계청노조의 도움을 받아 공무직 통계조사관 856명(여성 828명, 남성 28명)을 대상으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감정노동평가도구’를 활용해 통계조사 업무에 대한 감정노동 평가를 실시했다. 분석은 평가도구를 설계한 김숙영 을지대 간호학과 교수가 맡았다.

조사 결과 ‘감정조절의 노력 및 다양성’ 부문에서는 856명 가운데 588명(68.7%)이 ‘위험’ 수준을 나타냈다. ‘공격적이거나 까다로운 조사 대상자를 상대해야 한다’는 문항 등이 포함된 ‘조사 대상자 응대의 과부하 및 갈등’ 부문에서도 323명(37.7%)이 위험 수준으로 평가됐다. ‘조사 대상자를 대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는 문항이 포함된 ‘감정 부조화 및 손상’ 부문에서는 560명(65.4%)이 위험 수준을 보였다. ‘조직의 감시 및 모니터링’, ‘조직의 지지 및 보호체계’ 부문에서도 각각 564명(65.9%), 520명(60.8%)이 위험 수준으로 집계됐다.

김 교수는 “노조 차원에서 조사가 이뤄질 경우 상대적으로 위험 정도가 높게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감정노동 위험 수준이 콜센터나 병원, 서비스센터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보다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어 “위험군에 속하는 근로자들은 자살 의도나 소진(번아웃), 우울증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기 때문에 통계청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조직의 감시나 모니터링, 조직의 지지 및 보호체계 부문도 위험 정도가 굉장히 높은데 조직으로부터 감시를 당하면서 보호는 받지 못하는 상황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해 고객응대 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등 대통령령에서 규정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통계조사관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복병도 나타났다. 대면조사를 해야 하는 통계조사관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다. 본지 설문에 응한 통계조사관 935명 가운데 833명(89.1%)이 코로나로 통계조사 환경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코로나19 재확산에 모임 금지..30년간 일한 직장 쓸쓸하게 떠나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나뭇잎이 예쁜 단풍이 되려면 기온, 일조량, 수분 등 여러가지 요소가 잘 갖춰져야 합니다. 회사를 나무에 비유하자면, 저도 단풍까진 잘 온 것 같네요. 단풍이 떨어지면 낙엽이 될 텐데, 저도 낙엽이 되고 거름이 되어 나무를 지키고 싶습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한 대기업 계열사의 A사장은 최근 용퇴를 결정한 후 임직원들에게 이 같이 말했다.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 준 회사를 잊지 않고 돕겠다는 의미였다. A사장은 1987년 이 회사에 사원으로 입사해 20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고, 2년 전에는 사장에 올랐다. 그야말로 평생을 바친 회사에서 떠나는 그의 심정은 ‘단풍’과 ‘낙엽’의 비유에 잘 드러난다.

연말을 맞아 주요 기업들이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젊은 인재를 대거 발탁해 전진 배치했다고 발표한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임원 수는 삼성전자 111명, LG전자 43명, SK하이닉스 21명 등이다. 나무의 일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이 된 그들이다.

그러나 임원 승진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의 퇴직 임원도 존재한다는 뜻이다. 기업들은 임원 수를 일정 규모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단풍’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그 자리를 내 준 ‘낙엽’은 쓸쓸하게 퇴장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인해 모임이 금지돼 변변한 회식도 한 번 못하고 짐을 싸는 임원들이 많다.

30년간 일한 회사에서 퇴직 통보를 받은 B상무는 “회사 안팎에서 도와주신 분들이 많아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며 “고마운 분들과 식사라도 하고 싶지만, 코로나 때문에 반가워할 사람도 없어서 조용히 떠나려고 한다”고 했다.

다른 기업의 C전무는 “임원이 된 이후에는 휴가를 제대로 써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퇴직 후에는 여유롭게 장기간 해외여행을 가려고 늘 생각해 왔는데, 코로나 때문에 당분간 그냥 집에 있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헤드헌딩 전문업체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올해 기준 임원 1명당 직원은 128.8명이다. 전체 직원 가운데 0.77%만 임원이 되는 셈이다. 임원이 되기 위해선 자신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전문성은 물론, 조직을 운영하는 리더십과 훌륭한 인성 등 갖춰야 할 요소가 많다. 이러한 자질을 갖춘 임원들은 직원들의 존경의 대상이자 롤모델이기도 하다.

한 대기업의 차장급 직원은 “임원 중에는 꼰대도 많지만 정말 존경스러운 분도 많다. 나도 언젠가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한 분들이 있다”며 “그런 분들이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 고마움, 아쉬움, 두려움 등 여러가지 마음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한 임원들에게 퇴직을 통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삼성과 LG 등은 정기 임원 인사 전 면담을 통해 퇴직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린다고 한다. 때로는 인사팀 담당자가 아닌 대표이사가 직접 면담을 하기도 한다. 물론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로 통보하는 회사들도 있다.

퇴직 임원들에 대한 예우도 상당하다. 삼성은 퇴직 임원들이 본인 희망에 따라 최대 2년까지 고문·자문역 등을 맡을 수 있도록 해 준다. 일정 수준의 급여도 지급한다. 사무실과 차량을 제공하기도 한다. 삼성에서 퇴직하는 D전무는 “매일은 아니지만 1주일에 몇 번은 사무실로 출근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자동차도 사장급 이상 임원은 퇴임 후 고문으로, 나머지 임원은 자문으로 1~2년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LG에서 퇴직한 임원들은 1~2년간 고문이나 자문역을 맡는다.

임원들이 퇴직하는 나이는 대체로 55세 안팎이다. 100세 시대의 절반을 남겨 놓고 집으로 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위한 전직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기업들도 많다. LG는 제2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퇴직 임원을 위해 사업 구상과 전업 준비를 지원하는 ‘LG크럽’을 운영한다. 전·현직 임원들이 만나 안부도 묻고 정보를 교류하기 위한 모임이다. 삼성에도 ‘성우회’라는 비슷한 모임이 있다. 1994년에 설립돼 현재 1700여명의 회원이 있다. 삼성에서의 경험과 연륜으로 사회공헌활동 등을 한다. 이곳에선 창업이나 재취업 관련 정보가 오가기도 한다. SK는 퇴임 임원 전용공간인 ‘아너스라운지’를 조성해 사무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심리·생활·진로 상담과 전직 및 창업 지원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한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퇴직 임원들을 어떻게 대우하느냐가 남아 있는 직원들의 사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예우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귀띔했다.

피용익 (yoniki@edaily.co.kr)ⓒ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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